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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는 바뀌고, 판단의 기준은 남는다

AI가 예측을 싸게 만들 때 비싸지는 것

네오

AI 도구는 몇 달 단위로 바뀐다. 지난달의 사용법이 이번 달에는 낡는다. 더 나은 도구가 나오면 익힌 요령도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

AI가 싸게 만들지 못하는 일도 있다.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언제 멈출지 정하는 일이다.

AI가 실행과 예측을 싸게 만들수록, 판단은 상대적으로 비싸진다. 그래서 배우는 시간의 일부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에 써야 한다.

이 글은 이 주장을 세 갈래로 본다. 오래 살아남는 것을 고르는 기준(린디 효과), 바뀌지 않는 것 위에 전략을 세우는 법(베조스), AI가 판단의 값을 바꾸는 원리(『예측 기계』)다. 그다음 판단을 훈련하는 검증된 도구 네 가지와 실무를 정리한다.

오래 살아남은 것이 앞으로도 오래 남는다

나심 탈레브는 『안티프래질』(2012)에서 린디 효과를 이름 붙여 정리했다.[1] 사람처럼 수명이 정해진 것은 오래 살수록 남은 수명이 줄어든다. 아이디어, 책, 기술처럼 썩지 않는 것은 반대다. 오래 살아남은 만큼 앞으로도 오래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름은 1964년 앨버트 골드먼이 쓴 글에서 왔다. 뉴욕의 식당 린디스(Lindy's)에 모이던 코미디언들에 관한 글이었다. 그 뒤 수학자 브누아 망델브로가 이 이름을 다른 뜻으로 썼고, 탈레브가 지금의 뜻으로 넓혔다.

이 기준으로 AI 도구를 보면 결론이 분명하다. 지난해 나온 도구의 사용법은 남은 수명도 짧다. 반면 무엇을 만들 가치가 있는지 묻는 질문, 결정을 되돌릴 수 있는지 따지는 습관은 오래 살아남았다. 배우는 시간을 나눌 때, 오래 살아남은 것에 더 많이 쓰는 편이 남는다.

이 기준은 무엇을 배울지 고를 때 바로 쓸 수 있다. 이 지식은 얼마나 오래 쓰여 왔는가를 묻는다. 몇 달 된 것은 몇 달 뒤에 바뀔 수 있다고 보고, 필요한 만큼만 배운다. 수십 년 쓰여 온 것은 깊게 배운다. 도구를 배우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깊이를 다르게 두자는 말이다.

무엇이 바뀌지 않을지 묻는다

제프 베조스는 이 생각을 사업 전략으로 옮겼다. 2012년 AWS re:Invent에서 그는 앞으로 10년 동안 무엇이 바뀔지는 자주 질문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무엇이 바뀌지 않을지는 거의 질문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2]

이유는 이렇다. 시간이 지나도 안정적인 것 위에는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베조스는 아마존 소매에서 그 예로 낮은 가격, 빠른 배송, 넓은 선택을 들었다. 10년 뒤 고객이 더 비싼 가격이나 더 느린 배송을 원할 리 없다. 그러니 여기에 쓴 노력은 계속 보상받는다.

같은 생각은 2007년 그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말로 나온다.[3] 한 번 한 말이 아니라 오래 지켜 온 원칙이라는 뜻이다.

이 질문을 AI 시대의 개인에게 돌려 보면 이렇다. 어떤 도구를 쓰든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 문제를 풀어 주는 것에 돈을 낸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서 산다. 틀린 결정의 비용은 결국 결정한 사람이 치른다. 도구 사용법보다 이 바뀌지 않는 조건을 읽는 능력이 오래 쓰인다.

AI는 예측을 싸게 만들고, 판단의 값을 올린다

토론토대학의 경제학자 아제이 아그라왈, 조슈아 갠스, 아비 골드파브는 『예측 기계(Prediction Machines)』(2018)에서 AI를 경제학의 말로 다시 정리했다.[4] 그들에 따르면 AI가 하는 일의 핵심은 예측이다. 가지고 있는 정보로 가지고 있지 않은 정보를 채우는 일이다.

그들은 결정을 몇 부분으로 나눈다. 무엇이 일어날지 맞히는 예측, 각 결과가 나에게 얼마나 좋고 나쁜지 정하는 판단, 그리고 행동이다. AI는 이 가운데 예측의 비용을 크게 낮춘다.

우산을 챙길지 정하는 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오늘 비가 올 확률은 예측이다. 비를 맞는 것이 얼마나 싫은지,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귀찮은지는 판단이다. 날씨 앱이 확률을 더 정확히 맞혀도, 그 확률에서 우산을 챙길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정한다. 사업의 결정도 같은 모양이다. 수요 예측이 정확해져도, 어떤 손실을 감수하고 어떤 기회를 버릴지는 여전히 누군가 정해야 한다.

결정의 구성: 예측, 판단, 행동. AI는 예측을 싸게 만들고 보완재인 판단의 값이 오른다
결정을 이루는 세 부분 (참고: Agrawal, Gans, Goldfarb, 『Prediction Machines』)

경제학의 기본 원리에 따르면, 어떤 것의 값이 내려가면 그것과 함께 쓰이는 보완재의 값은 올라간다. 1편에서 본 스폴스키의 보완재 원리와 같은 구조다. 예측이 싸지면 예측과 함께 쓰이는 판단의 값이 올라간다. 저자들은 이것을 AI 시대에 판단의 가치가 커지는 이유로 든다.

다만 이 결론에는 조건이 있다. 같은 저자들의 NBER 논문은 판단이 지나치게 어렵지 않은 한 예측과 판단이 보완 관계라고 쓴다.[5] 판단이 너무 복잡해서 사람이 제대로 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판단의 값이 오르는 것은 판단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그래서 판단은 타고나는 감각으로 두지 않고, 훈련할 대상으로 다뤄야 한다.

판단을 훈련하는 네 가지 도구

판단을 훈련하는 방법은 이미 여러 사람이 정리해 두었다. 여기서는 출처가 분명하고 혼자서도 바로 쓸 수 있는 네 가지를 고른다.

1. 문의 종류를 먼저 묻는다: 한 방향 문과 두 방향 문

베조스는 2015년 주주 서한에서 결정을 두 종류로 나눴다.[6] 되돌릴 수 없거나 거의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한 방향 문(1종 결정)이다. 천천히,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은 두 방향 문(2종 결정)이다. 잘못 들어갔으면 다시 나오면 된다. 그는 조직이 커질수록 2종 결정에도 1종 결정의 무거운 절차를 쓰는 경향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2016년 서한에서는 속도의 기준을 더했다.[7] 대부분의 결정은 원하는 정보의 70% 정도에서 내려야 하고, 90%를 기다리면 대개 늦는다는 것이다. 그는 방향을 고치는 데 능하다면 틀리는 비용은 생각보다 작고, 느린 비용은 확실히 크다고 덧붙였다. 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일단 정해진 결정에 힘을 보태는 「반대하되 헌신하라(disagree and commit)」를 제안했다.

둘을 합치면 하나의 순서가 나온다. 결정 앞에서 먼저 이 문이 되돌릴 수 있는 문인지 묻는다. 되돌릴 수 있다면 70%에서 정한다.

되돌릴 수 없는 한 방향 문과 되돌릴 수 있는 두 방향 문의 결정 방식 비교
한 방향 문과 두 방향 문 (참고: Jeff Bezos, Amazon 2015·2016 주주 서한)

2. 이미 실패했다고 가정한다: 사전 부검

심리학자 게리 클라인은 2007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사전 부검(premortem)을 소개했다.[8]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그 프로젝트가 이미 실패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참여자 각자가 실패한 이유를 적는다.

클라인은 1989년 연구를 근거로 든다. 사건이 이미 일어났다고 상상하는 「미래 시점의 회상(prospective hindsight)」이 결과의 이유를 맞게 찾아내는 능력을 30% 높였다는 연구다. 성공할 이유를 찾을 때보다, 이미 실패했다고 보고 이유를 찾을 때 숨은 위험이 더 잘 보인다.

혼자 쓸 때도 방법은 같다. 계획을 정한 뒤 「1년 뒤 이 일은 완전히 실패했다」라고 한 줄 쓴다. 그 아래에 이유를 몇 분 동안 생각나는 대로 적는다. 가장 그럴듯한 이유 하나를 골라 계획에 대비책을 넣는다.

3. 결과와 결정을 따로 본다: 결과로 판단하기의 함정

포커 선수 출신 애니 듀크는 『Thinking in Bets』(2018)에서 「resulting」이라는 함정을 짚었다.[9] 결정의 질을 결과로 판단하는 습관이다.

좋은 결정도 운이 나쁘면 나쁜 결과를 낸다. 나쁜 결정도 운이 좋으면 좋은 결과를 낸다. 결과만 보고 결정을 평가하면,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실력을 운으로 버린다. 듀크는 결정을 하나의 내기로 보라고 권한다. 결정 당시 알던 정보와 추론이 합리적이었는지를 결과와 따로 본다.

이 구분은 AI 시대에 더 중요해진다. AI로 실행이 빨라지면 결정과 결과가 짧은 간격으로 쌓인다. 결과만 보고 배우면, 운이 섞인 몇 번의 결과에서 잘못된 규칙을 배우기 쉽다.

4. 뒤집어 생각한다: 멍거의 역발상

찰리 멍거는 수학자 카를 야코비의 말 「뒤집어라, 항상 뒤집어라」를 즐겨 인용했다.[10] 어떻게 성공할지보다 어떻게 하면 확실히 실패할지를 먼저 묻는 방법이다. 그는 「내가 어디서 죽을지만 알고 싶다. 그러면 거기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라는 농담으로 이 생각을 설명했다.

이 방법은 사전 부검과 닮았다. 둘 다 실패를 먼저 상상해서 보이지 않던 위험을 드러낸다. 차이는 범위다. 사전 부검은 프로젝트 하나에 쓰고, 역발상은 경력이나 사업 전체의 방향을 정할 때도 쓴다. 무엇을 할지 모를 때는, 하지 말아야 할 일부터 지우는 것이 빠르다.

실무: 도구를 익히는 시간과 판단을 훈련하는 시간을 나눈다

네 가지 도구를 실제 일로 옮기는 방법은 단순하다.

1. 시간을 나눈다

새 도구를 익히는 시간은 필요하다. 다만 그 시간이 판단을 훈련하는 시간을 모두 밀어내지 않도록 따로 잡는다. 도구는 필요할 때 배워도 늦지 않다. 판단은 직접 내리고 되짚은 결정의 수만큼 는다.

새 도구를 익힐 때도 질문 하나를 붙인다. 이 도구는 어떤 예측을 싸게 만드는가, 그래서 내가 내려야 할 판단은 무엇이 새로 생기는가. 이 질문을 붙이면 도구를 익히는 시간도 판단을 훈련하는 시간이 된다.

2. 결정 기록을 남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짧게 적는다. 무엇을 정했는지, 그때 알던 정보가 무엇인지, 되돌릴 수 있는 결정인지, 무엇이 일어나면 틀렸다고 볼지다. 결과가 나온 뒤 이 기록을 다시 읽으면 결과와 결정을 나눠 볼 수 있다. 기록이 없으면 결과를 안 뒤에 그때의 판단을 정확히 떠올리기 어렵다.

3. 질문 목록을 곁에 둔다

중요한 결정 앞에서 아래 다섯 질문을 차례로 묻는다.

  1. 이 결정은 되돌릴 수 있는가?

  2. 지금 정보는 원하는 것의 70%에 가까운가, 아니면 90%를 기다리고 있는가?

  3. 1년 뒤 이 일이 실패했다면,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무엇인가?

  4. 확실히 실패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가? 나는 지금 그 일을 하고 있지 않은가?

  5.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같은 정보라면 이 결정을 다시 내리겠는가?

정리

AI 도구의 사용법은 빠르게 낡는다. 린디 효과로 보면 새로 나온 것일수록 남은 수명도 짧다. 반면 무엇이 바뀌지 않을지 묻는 질문, 되돌릴 수 있는 결정과 없는 결정을 가르는 습관, 실패를 먼저 상상하는 방법은 오래 살아남았다.

『예측 기계』의 저자들이 보여 주듯, AI가 예측을 싸게 만들수록 판단의 값은 올라간다. 다만 그 값은 판단을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돌아간다.

사용법은 새 도구가 나올 때마다 다시 배우면 된다. 판단의 기준은 한 번 세우면 다음 도구에서도 그대로 쓴다.

그래서 새 도구가 나올 때마다 묻는다. 이 도구가 바꾸는 것은 무엇이고, 바꾸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바꾸지 못하는 쪽에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

출처

  1. 『Antifragile: Things That Gain from Disorder』 (Nassim Nicholas Taleb, Random House, 2012) ↩
  2. Amazon Founder Jeff Bezos Talks AWS, Innovation, Customer Service & Space Travel At Re: Invent (TechCrunch, 2012-11-29) ↩
  3. What's Not Going To Change in the Next 10 Years? (Quote Investigator, 2021-03-03) ↩
  4. 『Prediction Machines: The Simple Econom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Ajay Agrawal, Joshua Gans, Avi Goldfarb,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8) ↩
  5. Prediction, Judgment, and Complexity: A Theory of Decision-Making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jay Agrawal, Joshua Gans, Avi Goldfarb, NBER Working Paper 24243, 2018) ↩
  6. 2015 Letter to Shareholders (Jeff Bezos, Amazon, 2016-04) ↩
  7. 2016 Letter to Shareholders (Jeff Bezos, Amazon, 2017-04) ↩
  8.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 (Gary Klein, Harvard Business Review, 2007-09) ↩
  9. 『Thinking in Bets』 (Annie Duke, Portfolio, 2018) ↩
  10. 『Poor Charlie's Almanack』 (Charles T. Munger, Peter D. Kaufman 편,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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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토스, 쿠팡 등에서 Product Owner로 일했습니다. AI 시대의 판단과 실행을 기록합니다.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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