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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비용이 0이 되면, 무엇으로 차이를 내는가

기술과 아이디어가 해자가 되지 못하는 시장에서 남는 네 가지

네오

AI가 코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이 무너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쟁의 축이 옮겨 가고 있다.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서, 어떤 문제를 고르고 누구에게 닿느냐로.

이 글에서는 지금까지 소프트웨어 시장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엇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지를 정리한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질 때 바뀌는 것: 이전과 지금 비교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질 때 바뀌는 것

만드는 비용이 곧 진입 장벽이었다

지금까지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은 만드는 능력에서 나왔다. 간단한 앱이든 복잡한 SaaS든, 제품 하나를 출시하는 일은 노동 집약적이었다.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개발할 줄 아는 사람이 모여 오래 붙어 있어야 했다. 만드는 일 자체가 소수만 누리는 특권에 가까웠다.

높은 제작 비용은 그대로 진입 장벽이 됐다. 시장에는 늘 공급이 모자랐다. 고객이 불편해하는 문제는 많은데, 그걸 풀어 주는 제품은 적었다. 이 구조에서는 좋은 문제를 먼저 잡아 잘 만든 팀이 이겼다. 토스와 쿠팡에서 PM으로 일한 11년 동안 내가 배운 공식도 이것이었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사람이 모인다.

사용자 쪽 계산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외주를 맡겨 직접 만드는 것보다 남이 만든 제품을 돈 내고 쓰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사는 쪽이 만드는 쪽보다 쌌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사업이 성립했다.

기술도 아이디어도 더는 해자가 아니다

이 공식의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해줘」 한마디로 서비스와 기능이 나온다. 내가 만든 기능은 다른 사람도 두 시간이면 만든다. 남이 만든 거대한 SaaS도 일주일이면 기능과 겉모습만큼은 99% 비슷하게 베낄 수 있다.

해자는 원래 성 둘레에 파 놓은 물길이다. 사업에서는 경쟁자가 쉽게 넘어오지 못하게 막는 벽을 뜻한다. 기술력과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이 벽 역할을 했다. 베끼는 데 몇 시간이면 되는 지금, 그 벽은 사라졌다.

공급은 끝없이 늘고 있다. 반면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분명한 건 같은 문제를 푸는 제품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고, 사용자가 고를 선택지도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다.

사는 쪽과 만드는 쪽의 경계도 흐려진다. 클래스101과 함께하는 AI 빌더 스쿨에서는 개발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1~2주 만에 자기 제품을 만든다. 그중 누군가는 벌써 수익을 내고 있다. 예전에는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던 사람이 이제는 필요한 걸 직접 만든다. 모델은 계속 좋아질 테니, 소프트웨어 시장은 누구나 깃발을 드는 춘추전국시대로 간다.

그렇다면 무엇이 해자가 되는가

만드는 능력이 흔해지면, 흔하지 않은 것이 경쟁력이 된다. 나는 네 가지를 본다.

1. 유통: 사람에게 닿는 길

같은 문제를 푸는 제품이 수십 개면, 사용자는 먼저 알게 된 것을 쓸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사람에게 닿는 길을 가진 쪽이 유리하다. 콘텐츠, 커뮤니티, 이미 모아 둔 회원이 그 길이다. 피터 틸은 『제로 투 원』에서 이렇게 썼다.

실패의 가장 흔한 원인은 나쁜 제품이 아니라 부족한 판매다.[1]

만드는 비용이 높던 시절에도 맞던 말이다.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진 지금은 더 크게 맞는다.

2. 신뢰와 브랜드

겉모습을 똑같이 베낄 수 있으면, 사용자는 누가 만들었는지를 본다. 이 사람이 만든 것은 믿고 쓸 수 있다는 감각은 하루 만에 복제되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쌓아야 하고, 그래서 해자가 된다.

3. 어떤 문제를 고르는 판단

무엇이든 만들 수 있으면, 무엇을 만들지가 더 중요해진다. 풀 가치가 있는 문제인지, 누가 이걸 기다리는지, 언제 멈출지를 정하는 판단이다. 이 판단은 AI에게 통째로 맡기기 어렵고, 경험이 쌓일수록 정확해진다.

4. 쌓이는 자산

기능은 베낄 수 있어도 관계는 베낄 수 없다. 내 제품을 쓰는 사람, 그들과 나눈 대화, 쓰면서 쌓인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꺼워진다. 경쟁자가 오늘 같은 기능을 만들어도 이 자산까지 가져가지는 못한다.

나발 라비칸트는 이 변화를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판매하는 법과 구축하는 법을 배워라. 둘 다 할 수 있으면 누구도 당신을 막을 수 없다.[2]

그는 개인이 부를 쌓는 지렛대로 노동, 자본, 그리고 다시 만드는 데 비용이 들지 않는 제품을 꼽는다. 코드, 책, 미디어가 여기에 들어간다. 구축하는 법은 AI 덕분에 누구나 배울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차이는 판매하는 법에서 난다. 영업, 마케팅, 브랜딩이다.

만들기 전에 수요부터 확인한다

이 변화를 일하는 순서로 옮기면 간단하다. 만들기 전에 판다. 정확히는, 만들기 전에 콘텐츠로 먼저 이야기하고 관심이 확인된 것만 만든다.

발견, 소유, 수익으로 이어지는 깔때기
발견 → 소유 → 수익

나는 일을 「발견 → 소유 → 수익」 깔때기로 본다. 사람들은 유튜브, 인터뷰, 인스타그램, 글에서 나를 처음 발견한다. 그중 일부가 제품을 써 보고 회원이 된다. 수익은 그 회원 풀에서 나온다. 강의, 강연, 제품이 여기에 들어간다.

깔때기의 입구는 콘텐츠다. 그래서 무엇을 만들지 정하기 전에 먼저 쓰고 먼저 찍는다. 반응이 오는 주제만 다음 단계로 옮긴다. 만들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세 가지다.

  1. 이 문제를 겪는 사람은 누구이고,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닿는가?

  2. 만들기 전에 콘텐츠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가?

  3. 경쟁자가 일주일 만에 기능을 베껴도, 나에게 남는 것이 있는가?

나도 먼저 만들었다가 배웠다

이 순서를 처음부터 지킨 건 아니다. 퇴사하고 6개월 동안 바이브코딩에 빠져 이런저런 제품을 찍어냈다. 그 6개월 동안 강의 말고는 한 푼도 벌지 못했다. 만드는 속도에 매달리느라, 누구에게 닿을지는 거의 묻지 않았다.

정리하며

만드는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서 기술과 아이디어는 더 이상 해자가 되지 못한다. 그 자리를 유통, 신뢰, 문제를 고르는 판단, 쌓이는 자산이 채운다. 그래서 순서도 바뀐다. 쓰고, 반응을 보고, 그다음에 만든다.

지금 만들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한 번 물어보면 좋겠다. 경쟁자가 일주일 만에 이 기능을 베낀다면, 그때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출처

  1. 『Zero to One』 11장 「If You Build It, Will They Come?」 (피터 틸·블레이크 매스터스, Crown Business, 2014) ↩
  2. How to Get Rich (without getting lucky) (Naval Ravikant, 2018 트윗, 2019 팟캐스트 원고) ↩

글쓴이

네오Carelabs Goodoc, 어피닛, 쿠팡, 토스, 토스플레이스에서 11년간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standalone이라는 이름으로 AI로 만들고, 가르치고, 기록합니다.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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